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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997형 911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대해 풀 체인지 못지 않은 대대적인 혁신을 투입했다. 직분사 방식의 도입과 함께 카레라S는 포르쉐의 자연흡기 엔진 최초로 리터당 100마력을 달성했고, 듀얼 클러치 타입 변속기 PDK는 수동 변속기의 성능과 효율을 능가하면서 자동 변속기의 편리함을 완벽하게 아울렀다. 두 가지 변화의 시너지는 세미 수퍼카 가격의 911을 본격적인 수퍼카 반열에 오르게 한다.
글,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이번 시승기는 결론부터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새 포르쉐 911은 환상적으로 변했다. 그저 남들이 다 하는 직분사 방식 엔진과 듀얼 클러치 타입 변속기를 적용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포르쉐가 하면 역시 달랐다. 엔진은 페라리만큼 매끄럽고, 변속기는 프로 레이서처럼 빠르고 정확했다. 최고속도는 300km/h를 넘겼고, 0~100km/h 가속은 4초대로 진입했다. PDK를 얹은 카레라 S 쿠페가 론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기존 카레라 S의 5.3초보다 무려 1초나 빨리진 4.3초에 0-100km/h 가속을 끝낸다. 거기다 연비 또한 획기적이다. 이제 수퍼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지만 포르쉐 911은 보는 이가 멋 적을 만큼 겸손하기까지 하다.
최신 자동차 기술의 화두는 직분사와 터보, 듀얼 클러치 변속기, 환경 등이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포르쉐도 이 반열에 들어섰다. 이미 뉴 카이엔을 통해서 직분사 V8과 V6 엔진을 선보였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997형 911에도 직분사를 도입한다는 정보가 계속 흘러 나왔다. 하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뉴 카이엔도 직분사를 통해서 출력과 연비 향상을 이루었지만 뭔가 큰 이정표를 세운 수준은 아니었고, 아닌 말로 최근에는 누구나 직분사 엔진을 개발하고 있으니 포르쉐도 따라 하는 것일 텐데 또 뭐 특별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듀얼 클러치 타입의 변속기 개발도 그렇다. 이미 폭스바겐이 GTI, 아우디가 TT 등을 통해서 선보인바 있어서 당연히 포르쉐도 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도 포르쉐가 만들면 뭔가 특별한 것이 나오나 보다.
지난 6월 중순, 기자는 독일 스투트가르트로 날아갔다. 신형 911을 시승하기 위해서였다. 스투트가르트는 포르쉐 본사가 위치한 도시다. 시승 행사는 스투트가르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이삭에 있는 포르쉐 연구센터와 옛날 영주가 살았던 성을 개조한 슐로스호텔 몬레포스에서 진행되었다.
포르쉐는 비록 페이스리프트라 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출력 향상을 선보여 왔었다. 지난 996 모델에서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서 20마력의 출력 향상을 이루었는데, 20마력 증가한 효과는 대단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997이 지난 2004년 등장한 이후 4년 만에 그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직분사 방식이 도입된 신형 엔진과 듀얼 클러치 타입 변속기 PDK다. 이번 시승 행사도 그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추어 졌다. 첫 공식 행사는 바이삭에서 신형 엔진과 PDK에 대한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세 조로 나누어서 두 번의 컨퍼런스와 서킷 시험 주행을 했는데, 기자는 서킷 주행을 먼저 하게 되었다. 연구센터에 있는 테스트 서킷에서의 시험 주행은 아쉽게도 직접 운전을 하진 않고 테스트 드라이버 옆자리에 동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드라이버는 첫 랩을 노멀모드로 조금 덜(?) 과격하게 돈 후, 직선로에 진입해서는 런치 콘트롤과 함께 스포츠 모드의 주행시범을 보여주었다. 비록 옆자리에 동승한 것이긴 했지만 부드러운 회전이 돋보이는 신형 엔진의 향상된 파워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며, PDK의 빠른 변속도 인상적이었다. 서킷에서 직접 몰아보고 싶은 충동이 강했지만 처음 만난 서킷인데다 독일 포르쉐의 테스트 트랙답게 고저차가 심한 많은 와인딩이 도사리고 있어서 섣불리 덤비다간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으로는 7단 PDK에 대한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PDK 개발 담당자가 PDK 절개 모형과 함께 아주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우선 PDK는 포르쉐 도펠 쿠플룽겐 (Porsche Doppel Kupplungen)의 약자로, 습식 듀얼 클러치가 장착된 변속기다. PDK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포커스 코너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므로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PDK는 자동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수동 변속기에 가깝다. 하지만 파워를 전달하는 클러치의 조작은 전자유압식으로 이루어지므로 클러치 페달이 없다. 즉, 드라이버가 클러치를 끊었다 연결했다 하는 조작을 하지 않는다. PDK는 두 조의 클러치와 두 조의 기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클러치가 위치한 부분에는 여러 겹으로 구성된 클러치 디스크들이 자리하는데, 동심원 형태로 바깥쪽에 한 조, 그리고 안쪽에 또 한 조의 디스크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기어부는 왼쪽에 2, 4, 6단의 기어들이, 오른쪽에는 1, 3, 5, 7단과 후진 기어들이 조를 이루고 있다. 큰 동심원 형태로 되어 있는 바깥쪽의 클러치는 오른쪽 기어들과, 안쪽의 클러치는 왼쪽 기어들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PDK안에는 두 개의 독립적인 변속기가 들어있는 셈이다.
PDK는 우선 출발과 함께 바깥쪽의 클러치가 기어부 우측의 1단 기어를 물고 주행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기어부 좌측에서는 2단 기어를 선택한 후 그것과 연결될 안쪽 클러치를 열고 대기하게 된다. 1단에서 2단으로 변속될 때는 1단이 연결된 바깥쪽 클러치를 끊음과 동시에 2단이 선택되어 있는 안쪽 클러치가 연결된다. 기존 수동 변속기처럼 기어를 바꾸기 위해 동력을 끊었다가 다시 연결하는 동작이 없다. 그만큼 순식간에 변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안쪽 클러치가 2단 기어를 물고 주행하는 동안에는 다시 기어부 우측에서는 3단 기어가 선택되고 클러치는 열린 상태로 변속을 기다리게 된다. 2단에서 3단으로 변속될 때도 마찬가지로 2단과 연결되어 있는 안쪽 클러치를 끊음과 동시에 3단이 선택되어 있는 바깥쪽 클러치가 연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두 개의 클러치가 다음에 연결될 기어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한 개의 클러치를 끊음과 동시에 다른 기어의 클러치를 연결시키므로 변속이 빠를 뿐 아니라 매끄러울 수 밖에 없다. 감속 시는 그 반대 과정이 이루어진다.
기어 단수가 7단으로 늘어나면서 기어비가 약간 조정되었다. 하지만 최고속도는 6단에서 나오며 7단은 정속 주행 시 연비를 높이기 위한 세팅이다. 뉴 911 카레라는 유럽 기준으로 평균 9.8리터/100km의 연비를 달성했다. 한국 기준으로는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단순 환산을 하면 리터당 10km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하고 신형 엔진에 대한 컨퍼런스가 이어졌다. 역시 절개 모형 및 동영상과 함께 엔진 개발 담당자가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새 911의 엔진은 직분사 방식의 도입과 함께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뛰어난 출력 향상을 이루었다. 직분사 엔진은 기존의 엔진이 연료와 공기를 혼합한 후 매니폴더를 통해서 실린더 내로 혼합기를 흡입하는 방식과 달리, 흡입 행정 시 실린더 내로 정밀하게 계산된 양의 연료를 직접 분사 해 준다. 이렇게 하면 실린더 내부의 온도가 순간적으로 내려가면서 보다 많은 양의 공기가 유입되며, 효율적으로 공기와 연료가 혼합되며, 최적의 폭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고회전 영역에서는 흡입 행정 시 일차 연료 분사 후 압축 행정 시에도 한 번 더 연료를 분사해 주는 멀티 분사가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더욱 강력한 폭발력을 생성한다.
이 외에도 엔진 부속 및 주변 파트들의 통합으로 부품 수를 줄였고, 새로운 방식의 타이밍 체인을 적용했다. 또한 캠샤프트 베어링 등이 통합된 원-피스 실린더 헤드를 개발하고 엔진 블록도 새로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 안정성은 높아지고, 부피도 줄어 들었으며, 무게는 기존 엔진 대비 6kg이 가벼워졌다. 또한 더 높은 회전수를 얻어내기 위해 보어는 늘이고 스트로크는 줄였는데, 결국 실제 배기량에서 3.6 엔진은 18cc가 늘어났고, 3.8 리터 엔진은 24cc가 줄어들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개선과 변화를 거쳤는데, 이에 대한 부분 역시 포커스 코너를 통해서 다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911 카레라의 3.6리터 엔진은 기존 엔진보다 20마력이 증가한 345마력/6,500rpm의 최고출력과, 390Nm/4,400rpm의 최대토크를 뿜어내게 되었고, 카레라 S의 3.8리터 엔진은 30마력이 증가한 385마력/6,500rpm의 최고출력과 420Nm/4,400rpm의 최대토크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로써 카레라 S는 자연흡기 고성능 스포츠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리터당 100마력의 출력을 달성하게 되었다. 물론 레이스카에 가까운 GT3와 GT3 RS 등이야 이미 리터당 100마력을 넘기긴 했지만 순수 도로용 모델로서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리터당 100마력 이상을 뿜어내는 자연 흡기 엔진으로는 355 이후의 페라리 V8 모델들과 엔초 페라리, 그리고 엔초의 엔진을 얹은 599 GTB 피오라노와 혼다의 S2000, BMW의 M3 정도가 손에 꼽힌다.
이번에 출시된 뉴 911은 모두 4가지 모델이다. 카레라 쿠페, 카레라 S 쿠페, 그리고 카레라 카브리올레, 카레라 S 카브리올레가 그것이다. 변속기는 수동 6단이 기본이고 옵션으로 7단 PDK를 선택할 수 있다. 지난 세월 포르쉐에 편리함과 고성능을 선사했던 팁트로닉(S) 변속기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여정에 돌입했다. 1~2개월 후면 카이맨에도 신형 엔진과 PDK가 장착될 예정이고, 복스터와 카이엔도 곧 뒤를 따를 전망이다.
기대를 한껏 부풀리기에 충분한 성능 수치들과 아주 잠깐의 맛보기 주행으로 높아진 기대는 다음날 하루 종일 진행된 도로 시승에서 충분히 채워졌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날 배정받은 자신의 시승차로 향했고, 한국 기자들보다 더 성미 급한 몇몇 다른 나라 기자들은 새 포르쉐와 함께 벌써 주차장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친 우리 팀도 시승 로드 맵을 챙김과 동시에, 구간 거리계를 0으로 맞췄다. 불행히도 날씨는 좋지 않아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오전 시간에 기자가 배정받은 시승차는 카레라 S 카브리올레 수동 6단 변속기 차량이었다. 두 명이 그 차로 오전 동안 번갈아 가며 약 300km의 거리를 달렸다. 그 중 절반 정도는 지방도 및 시골길이었고, 절반 정도는 고속도로였다.
일단 변속기가 기존과 같은 수동 변속기인 만큼 관심의 초점은 엔진의 변화였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높아진 출력만큼의 성능향상이다. 30마력 정도의 출력과 토크의 향상인 만큼 실제 몸으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가속력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다. 그리고 성능의 차이는 단순 가속력뿐 아니라 최고속에 도달하는 마지막 순간에서의 뒷심에서도 차이가 났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 고속도로에서도 순간적으로나마 290km/h를 넘길 수 있었다. 기존의 카레라 S로 290km/h에 이르려면 270km/h를 지나면서부터 아주 오랫동안 인내를 가지고 달려야 했다면, 최고속도가 302km/h인 새 카레라 S (쿠페, 카브리올레 동일)는 290km/h를 큰 저항 없이 무난하게 도달했다. 물론 그 상황까지를 감안해 볼 때, 도로만 허락된다면 최고속도를 무난히 넘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엔진의 변화에서 출력 향상 이상으로 새로운 점은 회전이 더 매끄러워졌다는 점이다. 원래 포르쉐 엔진들도 순식간에 회전이 상승하기는 하지만 초기 회전 상승을 높게 끌어 올리려면 무거운 엑셀 페달을 강하게 밟아야 했는데, 새 911은 아주 쉽게 회전 상승을 이끌어 냈다. 물론 단순히 엑셀 워크 쪽의 개선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포르쉐로서 이처럼 매끄럽고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낸 점은 재미있는 변화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에는 다소 무겁고 강하게 밟아서 움직이는 이전 포르쉐들이 더 좋게 느껴지긴 한다. 포르쉐 매니아들이라면 새 911이 BMW를 닮아간다고 투덜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개선인 만큼 대부분의 매니아들 조차도 금새 수긍하게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에서 약간의 여유가 생긴 듯하다. 여전히 예리하고 정확하지만 말이다.
상황을 봐 가면서 각 단에서의 최고속도를 체크했다. 회전은 약 7,600rpm 부근에 가서야 연료가 차단되며 상승을 멈춘다. 계기판의 레드 존인 약 7,400rpm 정도를 기준으로 체크한 각 단의 최고 속도는 70, 120, 180, 215, 255km/h 였다. 1단이 커버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으며 2단에서 100km/h를 훌쩍 넘긴다. 6단에서 100km/h 일 때의 회전수가 2,400rpm, 200km/h일 때 4,800rpm이니 계산상으로도 회전한계 부근에서 300km/h를 넘길 수 있겠다.
높은 산이 없는 독일의 지형 특성상 산악 와인딩 도로는 타 볼 기회가 없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다양하고 포장 상태가 좋은 시골길을 많이 달렸다. 때로는 중앙선조차 없는 좁은 왕복 2차선 시골길을 거의 200km/h의 속도로 달리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그 만큼 포르쉐의 안정성은 그 끝을 알기 힘들 정도였다. 911 GT2처럼 과격한 차량이라면 레이서가 아닌 기자 정도의 드라이버가 감당하기 쉽지 않겠지만 카레라 S 정도라면 정말 아주 재미있게 포르쉐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르쉐의 수동 변속기는 클러치 작동 거리가 다소 긴 편인데, 클러치 무게감은 역시 조금 더 가벼워진 듯하다. 정확하게 997에 비해 그렇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이전 996에 비하면 더 가벼워진 것이 확실하다.
사진 찍으랴, 운전하랴, 지도 보면서 길 찾으랴, 자리를 바꿔가면서 오전시간 동안 신나고 분주하게 달렸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는 차량을 바꿨다. 두 번째 시승한 차량은 PDK가 장착된 카레라 쿠페로, 색상도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펄 화이트였다.
기왕이면 카레라 S와 PDK의 조합이 더 좋지 않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시승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이미 20마력이 더 높아져서 345마력이나 뿜어내는 만큼 파워는 충분히 넉넉했고 무엇보다 새롭게 장착하고 나선 PDK의 성능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변속은 너무나 부드럽고 또 너무나 정교하고 빨랐으며 지금까지 몰아 본 다른 듀얼 클러치 변속기들에 비해서도 확실히 더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오전에 탔던 카브리올레도 충분한 강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쿠페가 주는 차체의 뛰어난 안정감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최근 기자는 공공연하게 이제 포르쉐를 고르게 된다면 카브리올레를 고르겠다고 이야기해왔다. 50km/h 속도로 주행하면서도 순식간에 열리고 닫히는 안정적인 소프트탑과 지붕을 열고 달릴 때의 황홀한 기분은 마력과도 같은 그 무엇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포츠카로서의 포르쉐를 생각해 볼 때 쿠페의 높은 보디 강성이 제공하는 탁월한 안정감 또한 카브리올레의 매력에 못지 않다. 다시 기자의 선호는 오리무중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대신 수동변속기와 PDK 중에 대한 선호는 확실하게 결론지어졌다. 수동 변속기 옹호론자인 기자로서는 안타깝게도(?) PDK의 승리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의 운전 실력이 PDK 앞에서 심각한 열등감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순차적인 시프트 업이나 다운 시프트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그리고 매끄럽게 이루어진다. 어떤 회전수에서든지 그 매끄러움에 차이는 없다. BMW의 SMG나 페라리의 F1 변속기들이 최적의 회전수가 아니면 충격이 더 커지는 것과 완벽히 차별화된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다운 시프트다. 높은 가속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어를 내릴 경우 순식간에 회전수를 상승시키면서 매끄럽게 기어를 내려준다. 물론 회전수가 순간적을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휑’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기자가 수동 변속기로 사용하는 더블 클러치가 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스텝트로닉 기능의 성능 좋은 자동 6단 변속기가 보여주는 다운 시프트도 KO패를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코너에 진입하기 전 한 템포 앞서서 기어를 내릴 필요가 없다. 정확한 타이밍에 간단하게 패들을 당겨 주기만 하면 된다.
PDK의 수동 변속 방법은 기존 포르쉐와 약간의 차이가 난다. 우선 새롭게 디자인 된 스티어링 휠의 변속 버튼은 그 모습이 기존의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는 팁트로닉 버튼의 위를 누르면 시프트 업, 아래를 누르면 시프트다운 이었지만 PDK에서는 버튼을 누르면 시프트 업, 그리고 스티어링 휠 뒷 면에서 버튼을 밀어서 앞쪽으로 들어 올리면 시프트 다운이 된다. 좌우 변속 버튼이 동일하다.
기존 팁트로닉 S에서는 수동 모드로 옮기더라도 레드존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되다가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레드존에서 연료가 차단 됐었다. 새 911은 아예 수동 모드에서는 레드존에서 연료가 차단되도록 하였다. 패들 대신 기어 레버를 움직이며 변속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변속 시 레버의 움직임이 짧고 절도가 있어 마치 레이싱카의 시퀀셜 기어 레버를 움직이는 느낌이 살짝 든다.
카레라 쿠페 PDK의 시승은 비교적 일찍 마무리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카레라 S 카브리올레 PDK를 한번 더 시승할 기회가 주어졌다. 옵션으로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와 PCCB까지 장착된 소위 풀 옵션 모델이었다. 이번에는 시승 시간이 더욱 짧게 주어졌다. 하지만 잠깐 동안 고속도로를 달릴 수도 있었고 지방도로도 달려 볼 수 있었다.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까지 더해진 카레라 S의 PDK는 그야 말로 날아 다니는 느낌이었다. 아니 고삐 풀린 망아지나 성난 황소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과격하기가 거의 911 터보 수준이었다. 아니 4륜 구동인 터보에 비해 어쩌면 더 신경질 적인지도 모르겠다.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와 함께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0~100km/h 가속에 다시 0.2초가 줄어든다. 배기 사운드도 더 강렬해 진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려면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 버튼을 눌러 활성화 시킨 후 기어를 D에 위치시키고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오른 발로 엑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준다. 그러면 회전수가 상승하면서 최적의 회전수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 때 브레이크 페달을 놓기만 하면 강력한 발사가 이루어진다.
해는 아직 남아있지만 다시 비가 흩뿌리면서 날씨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승 시간이 다 되어 가자 환상적인 만남을 끝내야 하는 안타까움이 몰려 왔다. 마지막 남은 순간까지 열정을 불태우고자 계속해서 기어를 내리고 가속 페달을 밟아 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가 켜진 상태의 카레라 S PDK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을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새 911은 정말 딱히 어디 흠 잡을 데가 없어졌다. LED 주간등을 감싸고 있는 라인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범퍼를 거의 없애다시피 하면서 앞 부분을 완전히 둥글게 처리한 부분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초대 911의 범퍼 모습을 많이 닮았다. 뒷 모습에서도 LED가 적용된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의 눈꼬리가 아래로 쳐진 모습이 도마 위에 오를 듯하다. 굳이 변명하자면 카이엔과 닮게 패밀리 룩으로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카이엔도 원형 헤드램프를 달고 나오지 않을까 하는 농담 반 기대 반의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공기를 뒤로 빨아 내는 방식의 쿨링 시트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역시 만족스럽다. 시트 자체가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도 조금 좋아진 듯하다(기분 때문일까?). 디자인이 바뀐 센터페시아에는 PCM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이 장착되어 터치 스크린 방식의 모니터와 오디오 하드 디스크 타입의 네비게이션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911도 완전히 GT화 되어 간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새 911의 강력해진 퍼포먼스는 오히려 순수 레이싱에 한 발 더 다가간 듯하다. 새 911은 이제 완전히 날개를 달았다. 약간 부자연스러운 앞 뒤 모습이 날개에 약간의 짐이 되긴 하겠지만 비상하는 911을 막을 상대를 찾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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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기는 결론부터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새 포르쉐 911은 환상적으로 변했다. 그저 남들이 다 하는 직분사 방식 엔진과 듀얼 클러치 타입 변속기를 적용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포르쉐가 하면 역시 달랐다. 엔진은 페라리만큼 매끄럽고, 변속기는 프로 레이서처럼 빠르고 정확했다. 최고속도는 300km/h를 넘겼고, 0~100km/h 가속은 4초대로 진입했다. PDK를 얹은 카레라 S 쿠페가 론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기존 카레라 S의 5.3초보다 무려 1초나 빨리진 4.3초에 0-100km/h 가속을 끝낸다. 거기다 연비 또한 획기적이다. 이제 수퍼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지만 포르쉐 911은 보는 이가 멋 적을 만큼 겸손하기까지 하다.
최신 자동차 기술의 화두는 직분사와 터보, 듀얼 클러치 변속기, 환경 등이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포르쉐도 이 반열에 들어섰다. 이미 뉴 카이엔을 통해서 직분사 V8과 V6 엔진을 선보였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997형 911에도 직분사를 도입한다는 정보가 계속 흘러 나왔다. 하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뉴 카이엔도 직분사를 통해서 출력과 연비 향상을 이루었지만 뭔가 큰 이정표를 세운 수준은 아니었고, 아닌 말로 최근에는 누구나 직분사 엔진을 개발하고 있으니 포르쉐도 따라 하는 것일 텐데 또 뭐 특별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듀얼 클러치 타입의 변속기 개발도 그렇다. 이미 폭스바겐이 GTI, 아우디가 TT 등을 통해서 선보인바 있어서 당연히 포르쉐도 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도 포르쉐가 만들면 뭔가 특별한 것이 나오나 보다.
지난 6월 중순, 기자는 독일 스투트가르트로 날아갔다. 신형 911을 시승하기 위해서였다. 스투트가르트는 포르쉐 본사가 위치한 도시다. 시승 행사는 스투트가르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이삭에 있는 포르쉐 연구센터와 옛날 영주가 살았던 성을 개조한 슐로스호텔 몬레포스에서 진행되었다.
포르쉐는 비록 페이스리프트라 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출력 향상을 선보여 왔었다. 지난 996 모델에서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서 20마력의 출력 향상을 이루었는데, 20마력 증가한 효과는 대단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997이 지난 2004년 등장한 이후 4년 만에 그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직분사 방식이 도입된 신형 엔진과 듀얼 클러치 타입 변속기 PDK다. 이번 시승 행사도 그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추어 졌다. 첫 공식 행사는 바이삭에서 신형 엔진과 PDK에 대한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세 조로 나누어서 두 번의 컨퍼런스와 서킷 시험 주행을 했는데, 기자는 서킷 주행을 먼저 하게 되었다. 연구센터에 있는 테스트 서킷에서의 시험 주행은 아쉽게도 직접 운전을 하진 않고 테스트 드라이버 옆자리에 동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드라이버는 첫 랩을 노멀모드로 조금 덜(?) 과격하게 돈 후, 직선로에 진입해서는 런치 콘트롤과 함께 스포츠 모드의 주행시범을 보여주었다. 비록 옆자리에 동승한 것이긴 했지만 부드러운 회전이 돋보이는 신형 엔진의 향상된 파워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며, PDK의 빠른 변속도 인상적이었다. 서킷에서 직접 몰아보고 싶은 충동이 강했지만 처음 만난 서킷인데다 독일 포르쉐의 테스트 트랙답게 고저차가 심한 많은 와인딩이 도사리고 있어서 섣불리 덤비다간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으로는 7단 PDK에 대한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PDK 개발 담당자가 PDK 절개 모형과 함께 아주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우선 PDK는 포르쉐 도펠 쿠플룽겐 (Porsche Doppel Kupplungen)의 약자로, 습식 듀얼 클러치가 장착된 변속기다. PDK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포커스 코너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므로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P : Porsche
D : Doppel (더블은 뜻하는 독일어)
K : Kupplung (클러치)
[출처] PORSCHE 997 4s 2nd generation|작성자 올로드
PDK는 자동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수동 변속기에 가깝다. 하지만 파워를 전달하는 클러치의 조작은 전자유압식으로 이루어지므로 클러치 페달이 없다. 즉, 드라이버가 클러치를 끊었다 연결했다 하는 조작을 하지 않는다. PDK는 두 조의 클러치와 두 조의 기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클러치가 위치한 부분에는 여러 겹으로 구성된 클러치 디스크들이 자리하는데, 동심원 형태로 바깥쪽에 한 조, 그리고 안쪽에 또 한 조의 디스크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기어부는 왼쪽에 2, 4, 6단의 기어들이, 오른쪽에는 1, 3, 5, 7단과 후진 기어들이 조를 이루고 있다. 큰 동심원 형태로 되어 있는 바깥쪽의 클러치는 오른쪽 기어들과, 안쪽의 클러치는 왼쪽 기어들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PDK안에는 두 개의 독립적인 변속기가 들어있는 셈이다.
PDK는 우선 출발과 함께 바깥쪽의 클러치가 기어부 우측의 1단 기어를 물고 주행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기어부 좌측에서는 2단 기어를 선택한 후 그것과 연결될 안쪽 클러치를 열고 대기하게 된다. 1단에서 2단으로 변속될 때는 1단이 연결된 바깥쪽 클러치를 끊음과 동시에 2단이 선택되어 있는 안쪽 클러치가 연결된다. 기존 수동 변속기처럼 기어를 바꾸기 위해 동력을 끊었다가 다시 연결하는 동작이 없다. 그만큼 순식간에 변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안쪽 클러치가 2단 기어를 물고 주행하는 동안에는 다시 기어부 우측에서는 3단 기어가 선택되고 클러치는 열린 상태로 변속을 기다리게 된다. 2단에서 3단으로 변속될 때도 마찬가지로 2단과 연결되어 있는 안쪽 클러치를 끊음과 동시에 3단이 선택되어 있는 바깥쪽 클러치가 연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두 개의 클러치가 다음에 연결될 기어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한 개의 클러치를 끊음과 동시에 다른 기어의 클러치를 연결시키므로 변속이 빠를 뿐 아니라 매끄러울 수 밖에 없다. 감속 시는 그 반대 과정이 이루어진다.
기어 단수가 7단으로 늘어나면서 기어비가 약간 조정되었다. 하지만 최고속도는 6단에서 나오며 7단은 정속 주행 시 연비를 높이기 위한 세팅이다. 뉴 911 카레라는 유럽 기준으로 평균 9.8리터/100km의 연비를 달성했다. 한국 기준으로는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단순 환산을 하면 리터당 10km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하고 신형 엔진에 대한 컨퍼런스가 이어졌다. 역시 절개 모형 및 동영상과 함께 엔진 개발 담당자가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새 911의 엔진은 직분사 방식의 도입과 함께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뛰어난 출력 향상을 이루었다. 직분사 엔진은 기존의 엔진이 연료와 공기를 혼합한 후 매니폴더를 통해서 실린더 내로 혼합기를 흡입하는 방식과 달리, 흡입 행정 시 실린더 내로 정밀하게 계산된 양의 연료를 직접 분사 해 준다. 이렇게 하면 실린더 내부의 온도가 순간적으로 내려가면서 보다 많은 양의 공기가 유입되며, 효율적으로 공기와 연료가 혼합되며, 최적의 폭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고회전 영역에서는 흡입 행정 시 일차 연료 분사 후 압축 행정 시에도 한 번 더 연료를 분사해 주는 멀티 분사가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더욱 강력한 폭발력을 생성한다.
이 외에도 엔진 부속 및 주변 파트들의 통합으로 부품 수를 줄였고, 새로운 방식의 타이밍 체인을 적용했다. 또한 캠샤프트 베어링 등이 통합된 원-피스 실린더 헤드를 개발하고 엔진 블록도 새로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 안정성은 높아지고, 부피도 줄어 들었으며, 무게는 기존 엔진 대비 6kg이 가벼워졌다. 또한 더 높은 회전수를 얻어내기 위해 보어는 늘이고 스트로크는 줄였는데, 결국 실제 배기량에서 3.6 엔진은 18cc가 늘어났고, 3.8 리터 엔진은 24cc가 줄어들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개선과 변화를 거쳤는데, 이에 대한 부분 역시 포커스 코너를 통해서 다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911 카레라의 3.6리터 엔진은 기존 엔진보다 20마력이 증가한 345마력/6,500rpm의 최고출력과, 390Nm/4,400rpm의 최대토크를 뿜어내게 되었고, 카레라 S의 3.8리터 엔진은 30마력이 증가한 385마력/6,500rpm의 최고출력과 420Nm/4,400rpm의 최대토크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로써 카레라 S는 자연흡기 고성능 스포츠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리터당 100마력의 출력을 달성하게 되었다. 물론 레이스카에 가까운 GT3와 GT3 RS 등이야 이미 리터당 100마력을 넘기긴 했지만 순수 도로용 모델로서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리터당 100마력 이상을 뿜어내는 자연 흡기 엔진으로는 355 이후의 페라리 V8 모델들과 엔초 페라리, 그리고 엔초의 엔진을 얹은 599 GTB 피오라노와 혼다의 S2000, BMW의 M3 정도가 손에 꼽힌다.
이번에 출시된 뉴 911은 모두 4가지 모델이다. 카레라 쿠페, 카레라 S 쿠페, 그리고 카레라 카브리올레, 카레라 S 카브리올레가 그것이다. 변속기는 수동 6단이 기본이고 옵션으로 7단 PDK를 선택할 수 있다. 지난 세월 포르쉐에 편리함과 고성능을 선사했던 팁트로닉(S) 변속기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여정에 돌입했다. 1~2개월 후면 카이맨에도 신형 엔진과 PDK가 장착될 예정이고, 복스터와 카이엔도 곧 뒤를 따를 전망이다.
기대를 한껏 부풀리기에 충분한 성능 수치들과 아주 잠깐의 맛보기 주행으로 높아진 기대는 다음날 하루 종일 진행된 도로 시승에서 충분히 채워졌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날 배정받은 자신의 시승차로 향했고, 한국 기자들보다 더 성미 급한 몇몇 다른 나라 기자들은 새 포르쉐와 함께 벌써 주차장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친 우리 팀도 시승 로드 맵을 챙김과 동시에, 구간 거리계를 0으로 맞췄다. 불행히도 날씨는 좋지 않아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오전 시간에 기자가 배정받은 시승차는 카레라 S 카브리올레 수동 6단 변속기 차량이었다. 두 명이 그 차로 오전 동안 번갈아 가며 약 300km의 거리를 달렸다. 그 중 절반 정도는 지방도 및 시골길이었고, 절반 정도는 고속도로였다.
일단 변속기가 기존과 같은 수동 변속기인 만큼 관심의 초점은 엔진의 변화였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높아진 출력만큼의 성능향상이다. 30마력 정도의 출력과 토크의 향상인 만큼 실제 몸으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가속력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다. 그리고 성능의 차이는 단순 가속력뿐 아니라 최고속에 도달하는 마지막 순간에서의 뒷심에서도 차이가 났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 고속도로에서도 순간적으로나마 290km/h를 넘길 수 있었다. 기존의 카레라 S로 290km/h에 이르려면 270km/h를 지나면서부터 아주 오랫동안 인내를 가지고 달려야 했다면, 최고속도가 302km/h인 새 카레라 S (쿠페, 카브리올레 동일)는 290km/h를 큰 저항 없이 무난하게 도달했다. 물론 그 상황까지를 감안해 볼 때, 도로만 허락된다면 최고속도를 무난히 넘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엔진의 변화에서 출력 향상 이상으로 새로운 점은 회전이 더 매끄러워졌다는 점이다. 원래 포르쉐 엔진들도 순식간에 회전이 상승하기는 하지만 초기 회전 상승을 높게 끌어 올리려면 무거운 엑셀 페달을 강하게 밟아야 했는데, 새 911은 아주 쉽게 회전 상승을 이끌어 냈다. 물론 단순히 엑셀 워크 쪽의 개선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포르쉐로서 이처럼 매끄럽고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낸 점은 재미있는 변화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에는 다소 무겁고 강하게 밟아서 움직이는 이전 포르쉐들이 더 좋게 느껴지긴 한다. 포르쉐 매니아들이라면 새 911이 BMW를 닮아간다고 투덜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개선인 만큼 대부분의 매니아들 조차도 금새 수긍하게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에서 약간의 여유가 생긴 듯하다. 여전히 예리하고 정확하지만 말이다.
상황을 봐 가면서 각 단에서의 최고속도를 체크했다. 회전은 약 7,600rpm 부근에 가서야 연료가 차단되며 상승을 멈춘다. 계기판의 레드 존인 약 7,400rpm 정도를 기준으로 체크한 각 단의 최고 속도는 70, 120, 180, 215, 255km/h 였다. 1단이 커버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으며 2단에서 100km/h를 훌쩍 넘긴다. 6단에서 100km/h 일 때의 회전수가 2,400rpm, 200km/h일 때 4,800rpm이니 계산상으로도 회전한계 부근에서 300km/h를 넘길 수 있겠다.
높은 산이 없는 독일의 지형 특성상 산악 와인딩 도로는 타 볼 기회가 없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다양하고 포장 상태가 좋은 시골길을 많이 달렸다. 때로는 중앙선조차 없는 좁은 왕복 2차선 시골길을 거의 200km/h의 속도로 달리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그 만큼 포르쉐의 안정성은 그 끝을 알기 힘들 정도였다. 911 GT2처럼 과격한 차량이라면 레이서가 아닌 기자 정도의 드라이버가 감당하기 쉽지 않겠지만 카레라 S 정도라면 정말 아주 재미있게 포르쉐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르쉐의 수동 변속기는 클러치 작동 거리가 다소 긴 편인데, 클러치 무게감은 역시 조금 더 가벼워진 듯하다. 정확하게 997에 비해 그렇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이전 996에 비하면 더 가벼워진 것이 확실하다.
사진 찍으랴, 운전하랴, 지도 보면서 길 찾으랴, 자리를 바꿔가면서 오전시간 동안 신나고 분주하게 달렸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는 차량을 바꿨다. 두 번째 시승한 차량은 PDK가 장착된 카레라 쿠페로, 색상도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펄 화이트였다.
기왕이면 카레라 S와 PDK의 조합이 더 좋지 않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시승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이미 20마력이 더 높아져서 345마력이나 뿜어내는 만큼 파워는 충분히 넉넉했고 무엇보다 새롭게 장착하고 나선 PDK의 성능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변속은 너무나 부드럽고 또 너무나 정교하고 빨랐으며 지금까지 몰아 본 다른 듀얼 클러치 변속기들에 비해서도 확실히 더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오전에 탔던 카브리올레도 충분한 강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쿠페가 주는 차체의 뛰어난 안정감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최근 기자는 공공연하게 이제 포르쉐를 고르게 된다면 카브리올레를 고르겠다고 이야기해왔다. 50km/h 속도로 주행하면서도 순식간에 열리고 닫히는 안정적인 소프트탑과 지붕을 열고 달릴 때의 황홀한 기분은 마력과도 같은 그 무엇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포츠카로서의 포르쉐를 생각해 볼 때 쿠페의 높은 보디 강성이 제공하는 탁월한 안정감 또한 카브리올레의 매력에 못지 않다. 다시 기자의 선호는 오리무중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대신 수동변속기와 PDK 중에 대한 선호는 확실하게 결론지어졌다. 수동 변속기 옹호론자인 기자로서는 안타깝게도(?) PDK의 승리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의 운전 실력이 PDK 앞에서 심각한 열등감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순차적인 시프트 업이나 다운 시프트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그리고 매끄럽게 이루어진다. 어떤 회전수에서든지 그 매끄러움에 차이는 없다. BMW의 SMG나 페라리의 F1 변속기들이 최적의 회전수가 아니면 충격이 더 커지는 것과 완벽히 차별화된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다운 시프트다. 높은 가속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어를 내릴 경우 순식간에 회전수를 상승시키면서 매끄럽게 기어를 내려준다. 물론 회전수가 순간적을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휑’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기자가 수동 변속기로 사용하는 더블 클러치가 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스텝트로닉 기능의 성능 좋은 자동 6단 변속기가 보여주는 다운 시프트도 KO패를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코너에 진입하기 전 한 템포 앞서서 기어를 내릴 필요가 없다. 정확한 타이밍에 간단하게 패들을 당겨 주기만 하면 된다.
PDK의 수동 변속 방법은 기존 포르쉐와 약간의 차이가 난다. 우선 새롭게 디자인 된 스티어링 휠의 변속 버튼은 그 모습이 기존의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는 팁트로닉 버튼의 위를 누르면 시프트 업, 아래를 누르면 시프트다운 이었지만 PDK에서는 버튼을 누르면 시프트 업, 그리고 스티어링 휠 뒷 면에서 버튼을 밀어서 앞쪽으로 들어 올리면 시프트 다운이 된다. 좌우 변속 버튼이 동일하다.
기존 팁트로닉 S에서는 수동 모드로 옮기더라도 레드존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되다가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레드존에서 연료가 차단 됐었다. 새 911은 아예 수동 모드에서는 레드존에서 연료가 차단되도록 하였다. 패들 대신 기어 레버를 움직이며 변속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변속 시 레버의 움직임이 짧고 절도가 있어 마치 레이싱카의 시퀀셜 기어 레버를 움직이는 느낌이 살짝 든다.
카레라 쿠페 PDK의 시승은 비교적 일찍 마무리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카레라 S 카브리올레 PDK를 한번 더 시승할 기회가 주어졌다. 옵션으로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와 PCCB까지 장착된 소위 풀 옵션 모델이었다. 이번에는 시승 시간이 더욱 짧게 주어졌다. 하지만 잠깐 동안 고속도로를 달릴 수도 있었고 지방도로도 달려 볼 수 있었다.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까지 더해진 카레라 S의 PDK는 그야 말로 날아 다니는 느낌이었다. 아니 고삐 풀린 망아지나 성난 황소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과격하기가 거의 911 터보 수준이었다. 아니 4륜 구동인 터보에 비해 어쩌면 더 신경질 적인지도 모르겠다.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와 함께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0~100km/h 가속에 다시 0.2초가 줄어든다. 배기 사운드도 더 강렬해 진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려면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 버튼을 눌러 활성화 시킨 후 기어를 D에 위치시키고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오른 발로 엑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준다. 그러면 회전수가 상승하면서 최적의 회전수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 때 브레이크 페달을 놓기만 하면 강력한 발사가 이루어진다.
해는 아직 남아있지만 다시 비가 흩뿌리면서 날씨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승 시간이 다 되어 가자 환상적인 만남을 끝내야 하는 안타까움이 몰려 왔다. 마지막 남은 순간까지 열정을 불태우고자 계속해서 기어를 내리고 가속 페달을 밟아 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가 켜진 상태의 카레라 S PDK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을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새 911은 정말 딱히 어디 흠 잡을 데가 없어졌다. LED 주간등을 감싸고 있는 라인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범퍼를 거의 없애다시피 하면서 앞 부분을 완전히 둥글게 처리한 부분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초대 911의 범퍼 모습을 많이 닮았다. 뒷 모습에서도 LED가 적용된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의 눈꼬리가 아래로 쳐진 모습이 도마 위에 오를 듯하다. 굳이 변명하자면 카이엔과 닮게 패밀리 룩으로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카이엔도 원형 헤드램프를 달고 나오지 않을까 하는 농담 반 기대 반의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공기를 뒤로 빨아 내는 방식의 쿨링 시트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역시 만족스럽다. 시트 자체가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도 조금 좋아진 듯하다(기분 때문일까?). 디자인이 바뀐 센터페시아에는 PCM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이 장착되어 터치 스크린 방식의 모니터와 오디오 하드 디스크 타입의 네비게이션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911도 완전히 GT화 되어 간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새 911의 강력해진 퍼포먼스는 오히려 순수 레이싱에 한 발 더 다가간 듯하다. 새 911은 이제 완전히 날개를 달았다. 약간 부자연스러운 앞 뒤 모습이 날개에 약간의 짐이 되긴 하겠지만 비상하는 911을 막을 상대를 찾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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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시간 : 2008-06-27 11:29
출처 : 메가오토
http://www.megaauto.com/contents/view.php3?menu_id=97&id=47673&cur_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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